김용수 기자 기사입력  2018/10/10 [12:55]
그리워 뒤척이는 어린고향
칼럼니스트 김용수의 ‘세상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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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잡잡한 갯벌이 드러나고

고추잠자리 나는 바닷가에서

어린고향이 울고 있다

 

제비집지은 머리카락

손가락빗으로 긁어내리며

달구 똥 눈물 뚝뚝 떨구고 있다

 

까맣게 타버린 살갗위로

땅을 거스르고

하늘을 스치어

훌쩍 커버린 어린고향

그 촌뜨기

그 언덕배기

그 돌담길

 

어데 갔을까

어데 있을까

 

마음 밭을 뒹구는

감빛 하늘도

잿빛 바다도

노을빛으로 물드는

어린고향

 

그리워 뒤척이다

海漵만 바라본다(필자의 어린고향 전문)

 

가을햇살이 따갑다. 한반도의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벼를 비롯해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 앞에서 그리움까지 익어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고향이 익어가고 한반도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을 들썩이는 남북회담을 비롯해 북미회담까지 성사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그리워 뒤척이는 고향생각은 당연지사다. 누구나 한 번 쯤 추수가 다가오는 한반도들녘을 상상해 본적은 있을 것이다. 농심이 널려있는 황금들판을 말이다.

 

풍요로운 가을 앞에서 풍성한 수확의 즐거움을 맞이하는 농부들의 마음처럼 한반도는 포근할 것이다. 어쩌면 한반도의 종전소식과 평화협정은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 환희의 도가니가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자. 자기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정이 들었던 고향산천과 부모형제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고향은 잊혀 질수도 지워질 수도 없다. 영원한 노스텔지어다.

 

우리들의 가슴에는 언제나 낯설고 물 설은 타향보다 정든 고향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고향과 타향의 낱말처럼 단순하게 표기하는 문자가 아니고 몸과 마음이 담겨 있는 모태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서인가 필자는 고향을 떠나온 타향살이의 이질감을 느꼈었다. 서발이라도 집을 나서면 불편해지고 서럽다는 옛사람들의 말귀가 생생하게 울려왔다.

 

귀농 아닌 농촌생활을 해야만 했던 지난 10년이라는 세월은 참으로 어설픈 생활이었다. 피폐해진 농촌의 현실 속에서 생존경쟁의 일환책인지는 모르겠지만 타향살이에 억눌렸었다. 물론 고향을 떠난 타향살이의 어려움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는 힘들었었다.

 

먹고 살기위해 도시로 떠나야만 했던 농촌사람들의 도시생활은 어떠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고향을 등지고 타향으로 진출했었던 그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니 더욱 맵고 짠 타향살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 인생은 언제나 타향살이다. 고향의 품처럼 아늑한 삶을 동경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며칠 전이었다. 충청도 태안반도가 고향인 정홍순 시인은 타향살이 30년에 걸친 애로점을 말하면서 어린 날의 고향이야기를 곁들였다. 실제로 그는 태안반도의 이모저모를 시로 승화시켜 시집을 출판했었고 고향의 사투리를 시어로 등장시켰었다. 충정도사투리와 전라도사투리가 버물어진 백제의 낱말들이 빛을 토하는 시집이다.

 

물소리를 밟다의 시집에서는 그가 기억했던 집과 고향, 그리고 사라져가는 옛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동화처럼 그려내어 그 향취가 물씬 풍긴다. ‘참말신봉하는 자신의 시작 반향을 작품을 통해 강력하게 드러냈었다.

 

게다가 한이 서린 남도의 판소리가락을 넘나드는 토속적인 사투리로 엄마 품과 흡사한 고향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가 하면 백제의 방언들이 수수하게 전해지는 등 따스하다 못해 강열하게 표출되기도 했었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어린고향을 그리워하는 나이테가 향수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넓은 바다의 갯벌만이 알 수 있고 갯벌만이 품을 수 있는 판소리가락이 너울거린다. 고향의 그림자가 뒤를 따르는 오늘의 시국이 익어만 간다. 한반도가 익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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